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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트먼트, 바르는 보약인가 상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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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후기가 되면서 배가 불러오는 것만큼이나 신경 쓰이는 것이 바로 푸석해지는 머릿결입니다. 뱃속 아기에게 영양분을 양보하느라 그런지, 예전에는 찰랑거리던 머리카락이 빗자루처럼 뻣뻣해지고 윤기를 잃어가는 게 눈에 보입니다. 마트나 드럭스토어에 가면 수많은 헤어 트리트먼트 제품들이 "기적의 물미역 머릿결", "3초 만에 여신 강림" 같은 화려한 카피로 저를 유혹합니다. 하지만 마케터 출신으로서 광고 문구만 믿고 지갑을 열 수는 없습니다. 과연 트리트먼트가 상술에 불과한지, 아니면 출산 전후 무너지는 내 머릿결을 구원해 줄 진짜 '보약'인지, 성분표 뒤에 숨겨진 진실과 효과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린스와 트리트먼트의 차이: 코팅이냐, 치료냐?
먼저 우리가 흔히 혼용해서 쓰는 린스(컨디셔너)와 트리트먼트의 정체성부터 명확히 해야 합니다. 마케팅적으로 비유하자면 린스는 '메이크업'이고, 트리트먼트는 '기초 화장품'입니다. 린스는 모발 표면을 얇게 코팅하여 정전기를 방지하고 엉킴을 풀어주는 일시적인 부드러움을 줍니다. 반면 트리트먼트는 모발 내부 깊숙이 영양분을 채워 넣어 손상된 구조를 복구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단백질이 빠져나가 힘없는 모발이 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코팅이 아니라 근본적인 '속 채움'입니다. 따라서 샴푸 후 린스만 하고 끝내는 것은 영양 공급 없이 파운데이션만 바르는 것과 같습니다.
핵심 성분 분석: 마케터가 주목한 3대장
수많은 성분 중에서 마케터인 제가 주목한 핵심 성분은 딱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단연 '케라틴(Keratin)'입니다. 우리 머리카락의 80% 이상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주성분이 바로 케라틴입니다. 손상된 모발은 큐티클이 벗겨지고 단백질이 유실되어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와 같습니다. 이때 케라틴 성분이 함유된 트리트먼트를 사용하면, 이 빈 구멍을 단백질로 메워주어 모발의 밀도를 높이고 끊어짐을 방지합니다.
둘째는 '세라마이드(Ceramide)'입니다. 피부 장벽 강화 성분으로 유명한 세라마이드는 모발에도 똑같이 작용합니다. 모발 내부의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시멘트 역할을 하여, 푸석한 머리카락을 촉촉하고 탄력 있게 만들어줍니다. 세라마이드가 부족하면 아무리 좋은 영양을 넣어도 금방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에, 유지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성분입니다.
셋째는 '식물성 오일'입니다. 아르간 오일, 호호바 오일 등은 모발 표면에 천연 보호막을 형성하여 외부 자극으로부터 모발을 보호하고 윤기를 부여합니다. 특히 임신 중에는 화학 성분인 실리콘(디메치콘 등)보다는 자연 유래 오일이 함유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태아와 산모 모두에게 안전합니다. 아르간 오일은 보습력이 뛰어나 건조한 임산부 모발에 특히 효과적입니다.
트리트먼트의 진짜 효과: 큐티클 심폐소생술
그렇다면 비싼 돈 주고 산 트리트먼트는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낼까요? 가장 즉각적인 효과는 '큐티클 정리'입니다. 건강한 모발은 큐티클이 생선 비늘처럼 촘촘하게 닫혀 있어 빛을 정반사하여 윤기가 흐릅니다. 하지만 잦은 펌이나 염색, 자외선 노출로 손상된 모발은 큐티클이 들뜨고 뜯겨 나가 거칠어집니다. 트리트먼트는 이 들뜬 큐티클 사이사이에 단백질을 채우고 접착시켜 매끄럽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출산 후 겪게 될 탈모와의 전쟁에서도 트리트먼트는 중요한 지원군 역할을 합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영양 부족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중간에 뚝뚝 끊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끊어진 머리카락은 탈모처럼 보여 스트레스를 가중시킵니다. 이때 고농축 단백질 트리트먼트로 손상모 단백질 케어를 해주면 모발의 인장 강도가 높아져 쉽게 끊어지지 않게 됩니다. 즉, 트리트먼트는 이미 죽은 세포인 머리카락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버티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방부제인 셈입니다.
효과를 200% 끌어올리는 사용 꿀팁
마케팅 전략이 아무리 좋아도 실행이 엉망이면 실패하듯, 트리트먼트도 사용법이 중요합니다. 비싼 제품을 바르고 바로 헹궈버리는 것은 돈을 하수구에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최소 5분에서 10분 정도 방치하여 성분이 침투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이때 헤어 트리트먼트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스팀 타월로 머리를 감싸거나 헤어캡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열이 큐티클을 열어 영양분이 더 깊숙이 들어가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주의할 점은 두피에는 닿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트리트먼트의 유분과 영양 성분이 모공을 막으면 오히려 두피 트러블이나 탈모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두피에서 5cm 정도 띄우고 모발 끝 위주로 발라주세요. 만약 두피까지 건조하다면 두피 전용 팩이나 두피 토닉을 따로 사용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결론적으로 트리트먼트는 출산을 앞둔 우리에게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필수적인 '방어 기제'입니다. 얼굴 피부에 투자하는 것의 반만이라도 모발에 투자한다면, 출산 후 거울 속의 내가 조금은 덜 초라해 보일 것입니다. 화려한 광고 문구보다 뒷면의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는 스마트한 소비로, 소중한 내 머릿결을 지켜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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